겉으로는 좋은 사람이 보내는 이중 메시지
은근슬쩍 이중 메시지를 보내서 주위 사람을 혼란시키며 휘두르는 일도 있다.
이중 메시지는 대부분 다음 3세 가지 수법으로 이뤄진다.
첫째 상반되는 어조와 내용, 둘째 '네'와 '아니요' 동시에 말하기, 셋째 수동 공격성이다.
차례로 살펴보자.
나는 왜 저 인간에게 휘둘릴까/가타다 다마미/정선미.
첫째 상반되는 어조와 내용이다. 주위 사람에게 천연덕스럽게 말로 상처 주는 사람이 있다. 웃으면서 모욕하거나 정중한 말로 비웃거나 부드러운 어조로 위협한다. 말하기 곤란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미소를 띠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예컨대, 회사 선배가 신입 사원에게 부드럽게 '이런 실수를 하다니, 중학교는 졸업한 거야?'라고 말하는 식이다. 댁의 바깥양반, 정리 해고당했다고 들었는데 정말 큰일이네요'라고 동정하듯 지인의 아내를 비웃는 경우도 있다.
혹은 거래처에서 '좀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곳은 얼마든지 있어요. 저희는 언제든 다른 거래처와 거래해도 상관없는 거 아니시죠?' 하고 온화하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칭찬과 축하를 정말 냉랭한 어조로 말할 때도 있다. 상사가 부가 부하 직원에게 '실적을 올린 모양이네'라고 차갑게 말한다. 동료에게 '승진 축하해' 하고 쌀쌀맞게이 얘기 같기도 한다. 혹은 아들이 일류대학에 합격한 옆집 아주머니에게 '아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니 미래는 보장되네요'라고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말하는 일도 있다.
이처럼 이야기의 내용과 어조가 일치하지 않으면 상대는 혼란스럽고 두려움마저 느낀다. 도대체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는가? 이 미묘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말의 내용을 믿어야 하는가, 어조를 믿어야 하는가? 혼란스럽다.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이런 혼란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다. 동시에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자기 방어적인 측면도 있다. 웃으면서 공격적인 말을 했을 때 만약 상대가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라고 따진다면 '아니, 그냥 농담이지'라며 상황을 모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상대의 마음속에 애매한 형태로 의혹의 씨앗을 뿌려 놓으면 나중에 글을 휘두를 때 효과적이다. 상대방이 말의 내용과 어조의 격차에 당혹감을 느끼며 '비난받은 건가', '위협당한 건가'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것이 명확하게 모욕이나 협박의 말을 던질 것보다 더 큰 정신적 대미지를 익힐 수 있다.
둘째 '네'와 '아니요' 동시에 말하기다. 회사에 한 직원에게 선배가 일을 맡기는데, 이렇게 답했다고 하자. "네에, 하겠습니다. 지금 진짜 일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없지만, 그래도 하겠습니다. 제 일도 마감을 마치지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선배를 위해서 라면이 일을 먼저 하겠습니다.
이 경우 '네'라고 말한 것일까, '아니요'라고 말한 것일까? 아마 이 직원은 선배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머리로는 도와줘야지 하면서 속으로는 도와주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갈등이 예인이 아니 오인지 파악할 수 없는 애매한 대답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대답을 들은 선배는 어쩌면 이 직원에게 일을 부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직원의 계략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일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뜻하지 않게 드러나게 되었을 가능 성도 있다.
SOS를 이런 형태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이 이중 메시지에는 방어적인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직원은 이성과 감정 사이에 항상 격차가 있는 전형적인 사람으로, 이중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서는 그 격차를 메우기 어렵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말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이 지적했듯이 '만약 인간이 정념(감정) 없이 이성만을 가졌다면, 만약 인간이 이성 없이 정년만을 가졌다면..., 그러나 둘 다 가졌기 때문에 인간은 싸우지 않을 수 어느 한편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스칼 같은 현자도'이성과 감정 사이의 인간의 싸움'을 고민했음을 가늠케 하는 구절이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 이성만으로 행동할 수 없고 이성과 감정이 대항하여 동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싸움'은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머리로는 '네'하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아니요'라고 비명을 지른다.
많든 적든,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회사에 출근했더니 책상 위에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상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보자.
"○○씨가 몸이 안 좋아 당분간 쉬기로 해서 그가 하던 일을 자네가 하게 되었네. 마감이 얼마 안 남아서 촉박하긴 하지만, 우리 부서에서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으니까. 부탁해."
머리로는 상사가 맡긴 일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만큼이나 되는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내 일만으로 벅차 죽겠는데! 애초에 ○○씨 쉬게 된 이유도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이니까 책임지고 상사인 내가 하라고!라고 구시렁거릴지도 모른다.
그런데도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용기는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니요. 못하겠는데요'라고는 할 수 없다. '네'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연적으로 '네'라고 할 수밖에 없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뉘앙스가 담겨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첫 번째 방법처럼 어조를 통해 '아니요'라는 기분을 전하려 할지도 모른다. 시무룩한 얼굴로 '네,라고 답하거나 '네에, 알겠습니다'라고 언짢은 목소리로 말할 수도 있다.
혹은 '네, 그런데...' 하고 어떠한 이유를 붙여 본인에게만 나머지를 억지로 떠맡기는 상사에게 에둘러서 불만을 전할 수도 있다.
속에서부터 흘러나온 감정이 '아니요'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이중 메시지는 억압할 수 없는 감정이 폭발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수동 공격성이다. 수'동적 공격'이라고도 한다. 왜 '수동적'이냐 하면 '적극적'인 아니 '소극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바로 위에서 소개한 회사원처럼 사실은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마지못해 해야 할 때, 생각지 못한 실수라는 형태로 속여 실수라는 형태로 속에 쌓인 분노가 밖으로 표출될 때가 있다.
혹은 해야 할 일을 좀처럼 하지 않는 태만이라는 형태로 나타나 마감이 촉박하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일도 있다. 즉 분노를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수동 공격성이라는 어두운 형태로 표현된다.
를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수동 공격성이라는 어두운 형태로 표현된다.
실수를 하거나 마감을 마치지 못하면 주위의 평가가 낮아져 결국 본인이 손해라는 점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수능 공격성 형태로 분노를 표현할까? 이것 역시 파스칼이 '이성과 감정 사이의 인간의 싸움'이다. 이성적으로는 충분히 알고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형태로 분노가 표출되는 것이다.
그리고 놓칠 수 없는 또 다른 메커니즘도 작용한다. 상사가 부탁한 일을 마감까지 마치지 못하면 상사가 곤란해질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자신에게 방대한 양의 일을 억지로 맡긴 상사를 조금이라도 곤란하게 할 수 있다면 복수했다는 기분이 들 테니까 말이다.
이런 행동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하락시키거나 상사의 질책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현실적 판단이 불가능할 만큼 감정이 이성을 이기는 상황이 생긴다. 이럴 때일수록 분노를 수동 공격성 형태로 표현하기 쉽다.
그러나 단순히 부주의한 실수나 태만으로 인한 일의 지연과, 수동 경 격성으로 나타나는 마음속에 간직된 분노는 구별이 어려운 막연한 영역이다. 이때 주변인들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모른 채 당혹스럽고 불안해하기 때문에 수동 공격형은 주위 사람을 휘두르기에 적당한 수단이다.
수동 공격성은 특히 타인을 험담할 때 그 위력을 발휘한다.
겉으로는 좋은 사람일수록 내재된 분노나 적의를 수동 공격성 분노나 적의를 공공연하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어두운 형태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겉으로는 좋은 사람과 만날 때는 그가 억압된 분노나 적의를 자각하지 않은 채 수동 공격성의 형태로 표현하지는 않을까 하고 경계하는 편이 좋다.
반대로 스스로도 겉으로는 좋은 사람으로 있으려고 분노도 적의도 갖고 있지 않은 듯 가장하는 사이 마음속의 독을 점점 어두운 형태로 내뱉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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