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형이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과 달리 수동형은 자기 자신이나 약한 대상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P할머니는 70대이다. 자식들은 다 객지에 살고 있고 남편과 단둘이 산다. 둘이 사니 알콩달콩 살아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렇지가 못하다. 남편은 젊어서부터 성질 급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이다. 급하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까다롭기까지 해서 조금만 자신의 뜻대로 안 되면 소리를 질러야 된다.
7,8년 전부터 병으로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지낸 탓인지 더욱 거칠어져 할머니로서는 견디기가 쉽지 않다.
화내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내 감정 조절법/송남용.
어쩌다 나이 아내, 그리고 할머니와 셋이 할아버지의 약을 타러 광주에 있는 병원에 갈 때면 말이 끊이지 않는다. 도착할 때까지 1시간 내내 가슴에 싼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어찌나 구구절절하든지 중간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늘 같은 말이다.
오죽 깊게 마음의 병이 들었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에 안쓰럽기만 하다.
J여인은 다른 사람과 한 번씩 속을 끓이고 나면 두통이 일어나고 설사가 난다. 그것도 하루 이틀 하다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하면 열흘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질 때로 예민해져 아이들이 조금만 잘못해도 불같이 화를 내기 일쑤다.
특히 만만한 게 둘째다. 첫째 아이는 그나마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니 야단을 덜 맞지만 둘째는 자기주장이 강해 뚝하면 야단을 맞는다. J여인은 이른바 분노가 일어나면 자기 자신과 만만한 대상에게 화를 푸는 전형적인 수동형인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관계가 서투른 사람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좋다. J여인 주변에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특정한 사람과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과 자녀들에게 해를 입힌다는 점이다.
J여인은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하는 일에 조금만 실수가 있으면 야단을 맞았다. 말대꾸라도 할라치면 말대꾸한다고 더욱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그 때문인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가슴에 담아두는 습관이 생겼고 의사를 표현하는 법 또한 배우 지를 못했다.
자기 의사를 표현하려고 하면 막연히 두렵고 또 '혹시나 관계가 악화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그냥 가슴속에 담아두면서 화가 병으로 나타나거나 아이들에게만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성장 환경 때문에 자신은 물론 자녀들까지 고통을 받는 것을 보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회 부적응자를 최고의 석학으로 만든 선택 (0) | 2023.05.06 |
---|---|
수동 공격형 분노 관리/ 꽁하거나 침묵으로 앙갚음 (0) | 2023.05.06 |
매일 덜 틀린 사람으로 거듭나는 방법 (0) | 2023.05.06 |
공격형 분노 관리 뒤끝이 없다고? (0) | 2023.05.06 |
어떻게 자리를 들고 걸어가는가? (1) | 2023.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