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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내 문학의 출발점

by 대화방 202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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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편지를 처음 쓰기 시작한 때는 중학교 1 학년 즈음이다.

 

나는 낯설고 먼 동네에서 전화 온 이방인이었다.

 

당시에는 전한 온 학생이 드문 시절이었다.

 

친구들은 타향에서 온 얼굴이 희고 키가 작은 전학생을 놀러 주기 위해 가진 애를 썼다.

 

이상한 별명을 만들어내어 놀려대곤 했다.

짓궂은 친구들은 뒤에서 돌을 던지고 도망가기도 했다.

 

누가 별명을 지어냈으며 누가 돌을 던졌고 누가 그러지 말라고 말렸는지 모두 알 수 있는 작은 동네였다.

학교에서부터 집까지 논둑길을 걸으며 한없이 외로웠던 시절이었다.

 

올림픽공원내

나는 엄마가 사서 입혀준 멜빵바지가 창피했다.

 

친구들처럼 털털하게 아무거나 입고 함께 풀피리를 불며 소 뜯기러 가고 싶었다.

 

둑에서는 늘 아지랑이가 어지럽게 피어올랐다.

집에 가다 말고 둑에 앉아 소를 몰고 다니는 친구들을 오래도록 보는 날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얘기지만

 

당시엔 또래집단에 편입되지 못한 외로움 때문에 너무나도 힘들었다.

 

나는 편지를 썼다.

떠나온 곳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다.

 

혹시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까.

 

나처럼 너희들도 전학 간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까.

 

동갑내기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다.

 

친동생처럼 아껴주었던 교회 누나에게도 편지를 썼다.

 

어쩌면 그 편지들이 내 문학의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편지/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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