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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이가 사는 집/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by 대화방 2023.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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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테네에서 아폴론의 신탁으로 유명한 고대 도시 델포이까지는 자동차로 4시간쯤 걸린다고 한다.

 

델포이는 매우 넓어서 박물관 구경과 고대 도시 답사만으로도 하루 해가 짧다고 한다.

 

숙소가 아테네에 있는 여행자에게는 빠듯한 여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델포이 여행에는 다른 일정이 껴들 여지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델포이 못 미쳐서 '리바디아'라는 소도시가 있다고 한다. 그 리바디아에는 기억의 샘과 망각의 셈이 있다고 한다.

 

 1999년 여름 약 두 달 동안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리바디아를 답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기억의 샘물을 마시고 싶어서, 망각의 샘물을 마시고 싶어서도 아니었다고 한다.

 

무사이의 돋을새김이 있는 현대 건축물/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다만, 나쁘게 말하면 허풍이 심하고 좋게 말하면 시적 상상력이 풍부, 한 그래서 방대한 신화 체계를 그려 내었을 터인 그리스인들이 무엇을 기억의 샘  망각의 샘이라고 부르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신들에게 가볍게 질리고, 무자비한 그리스 땡볕의 신전 돌무더기에 지쳐 있을 즈음이었다고 한다.  샘이 그리웠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는 먼저 '기억'을 이렇게 설명한다고 한다.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땅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는 모두 12 남매가 태어났다고 한다.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 태양의 신과 달의 여신의 아버지가 되는 휘페리온(높은 곳을 달리는 자), 프로메테우스의 아버지가 되는 이아페토스, 그리고 제우스의 아버지가 되는 크로노스는 그 아들들이다.

 

 딸들 중에는 이치를 주관하는 여신 테니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쉬네가 있다고 한다. 므네모쉬네의 이름은 '연상 기후 코드'나 '기역소' 따위의 컴퓨터 용호에 남아 있다고 한다.

 

제우스가 고모 뻘 되는 여신 므네모쉬네(기억)와 동침할 필요를 느낀 것은 거인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직후라고 한다.

 

 승리의 축가를 지어야 하는데, 전쟁의 양상을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는 므네모쉬네의 여신뿐이었다고 한다.

 

 제우스가 아흐레 동안 연이어 이 여신과 동침하니, 여기에서 태어난 딸 9 자매가 바로 무사히 신녀들이다라고 한다.

 

 이들이 사는 집은 '무사이온'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이들을 '뮤즈', 이들이 사는 집을 '뮤즈움'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인류가 남긴 기억의 산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 도서관이 딸린 박물관이다.

 

 무사히 9자매의 면면은 이렇다.

 

 영웅시와 서사시를 관장하는 클레이오는 늘 나팔과 물 시계를 들고 다니고, 하늘의 찬양을 관장하는 우라니아(하늘 여신)는 지구의와 나침반을 든 모습으로 자주 선보인다.

 

 슬픈 가면과 운명의 몽둥이를 들고 다니면 비극을 관장하는 멜포메네(노래하는 여신)는 지구의와 나침반을 든 모습으로 자주 선보인다고 한다.

 

 지팡이와 웃는 가면을 들고 다니면 비극을 담당하는 탈레이 아, 현악기 키타라를 들고 다니면 합창을 맞는 테릅시코레, 입에 손가락 하나를 대고 명상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면 무언극을 연출하는 폴의 휨 니 아다.

 

 이 밖에도 서정시를 맞는 에라토, 유행가를 담당하는 애우테르페, 서사시와 웅변에 능한 칼리오페 등이 있다.

 

옛 그리스 서사시인들이 점수를 매겼으니 그럴 법하거니와 이 가운데 가장 후한 점수를 얻은 신녀는 바로 서사시와 웅변에 능한 칼리오페, 뒷날 인류 역사상 최고의 명가수 오르페우스의 어머니가 되는 바로 그 칼리오페다고 한다.

 

 이들은 더러 신들의 잔치에서 시와 음악으로 흥을 돋우지만 대개는 헬리콘 산에서 지낸다고 한다.

 

 헬리콘 산은 산비탈에 향나무가 많고 물이 하도 맑아 독사의 독이 까지 삭아 없어진다는 곳이다라고 한다.

 

 이들은 천마 페가수스의 발굽자리라고 전해지는 히포크레네(말의 샘) 샘가에서 영묘한 시상을 떠오르게 하는 그 샘물을 마시고, 자리만 어우러지면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고 한다.

 

 무사히가 태어난 땅 그리스이지만 지금은 모두 프랑스로 옮겨와 있는 듯하다.

 

이들의 면면을 알아보지 못하면 파리 거리의 조형물은 돌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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